안녕하세요. 시와입니다. 편지 세 통이 연이어 도착해 놀라셨을까요. 지난 3주간 이 편지를 못받으셨지요... 편지를 보내는 주소록 그룹 설정이 잘못되어있었다는 것을 조금 전에 알게되어 그동안의 [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] 레터를 한 번에 보내드렸어요. 기다리셨을 텐데 이제야 보내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
편안한 마음으로 편지를 읽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. 고맙습니다.
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어요.
눈뜨면 머리맡에 놓아둔 공책에 아침일기를 쓰는데요. 휘갈겨 쓰는 거라 글씨를 알아보기가 힘들어요. 돌아보기 위해서라거나 기록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닌, 쓴다는 데 의의를 두는 일기예요. '하는 것' 자체가 목적인 일이요. 이것을 해서 무엇을 더 하겠다, 가 아닌 그런 거. 몬주알죠.
그 아침일기에 어제는 '여름이 올 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'고 썼어요. 길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를 상상해보니 낯설더라고요. 그런데 말예요. 어제가 '하지'였대요. 저는 그런 줄 모르고 하루를 살다가 저녁때가 되어서야 알았어요. 알고 나서 피식, 웃었어요. 어우야, 너는 하지에 여름이 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썼구나. 공교롭게도 오늘이 하지야. 이미 여름이라고.
하지, 낮이 가장 긴 날. 14시간 35분 동안 낮이었대요. 어제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짧았네요. 그 밤이 물러가고 다시 낮이 밝았고.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하지를 떠올리며 이제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겠구나,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겠구나, 자연은 겨울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겠구나, 생각했어요. 녹음이 절정인 숲속에서, |